잔차타고 막 댕기자

봉화, 울진에서 새로운 길의 만남

장꼬방/강성덕 2018. 4. 20. 22:20

프롤로그.

오랜만에 휴가~!  그러나 내 맘같이 않게 그냥 지루하게 지나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 스스로가 나태하게 되어 하루하루를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이 지나가게 된다.  이렇게 했어는 안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을 만들고 싶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일전에 경북 울진에서 가족들과 함께 금강소나무 숲길 3구간을 걸으면서 생각한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소나무길과 연계된 다른 길을 알게 되어 같이 연결하여 자전거로 떠나 보기로 결심을 해본다.   처음엔 그냥 한번 가보자고 생각한 것이 이~먼 곳인 봉화까지 오게 될 줄은 나 스스로에게도 놀랬다.   아마 고향의 향수 같은 게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   고향이 경북 영양군 두메산골이라 봉화군 바로 옆이다.   비슷한 환경의 지형이라 그런지 더 정감이 간다.  



날짜: 2016년 10월 27일  흐린 날씨에 구름이 덥혀 있음.
라이딩코스: 석포역-반야계곡-불심재- 경북 울진(소광리)-금강소나무숲 3구간- 한나무재-전곡리-양현역-승부역
(대략 78km 정도의 거리)
나 홀로.....처음 자전거로  출발할 때는 그냥 부딪혀보자는 식의 막무가내 정신으로 갔지만 나중에는 준비성 미흡으로 개고생 했다는 이야기. . .^^

석포역 앞 담쟁이넝쿨


경북 봉화, 울진 산속 길을 GPS을 이용해 만든 궤적




경북 봉화, 울진 산속을 라이딩한 고도표



처음 출발하기 전 봉화 석포역 풍경




충남 아산 집에서 아침 7시경 출발.. 평택 제천 간 고속도로를 타고 제천에서 빠져나와 영월과 태백을 지나 경북 봉화 석포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을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산에서 여기까지 3시간 30분 정도 걸려 왔으니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차를 세워놓고 먹을 것과 배낭 안에 이것저것을 챙긴다.   자전거 랜턴도 있었지만 하루 만에 완주할 계획을 세운 것이라 무게 때문에 차에 두고 배낭을 챙겨 얼른 떠날 준비를 한다.   (랜턴을 두고 온 것이 나중에 그렇게 후회를 할 줄은 몰랐다.) 가는 길은 석포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길게 난 도로를 따라 그대로 올라가다가 우측 편에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 석포리 천 옆으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 그대로 올라간다.   날씨는 흐렸지만 가을 날씨의 시원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이리저리 둘러보며 반야마을 쪽으로 향했다



석포리천


반야마을로 가다 보니 길옆으로 낙동정맥 트레일길 안내표지 대목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자꾸 눈에 보이길래 자전거를 세우고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무심결에 검색해서 읽어보니 내가 지금 가는 길 일부가 낙동정맥 트레일 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낙동정맥 트레일 길을 가고 싶은 충동은 일으켜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내가 계획한 길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는 길도 중간중간에 갈림길도 많이 나온다.   그때마다 난 휴대폰에 나와있는 위성지도를 보며 내 위치를 확인하며 방향을 찾아 길을 재촉해본다.




반야마을


야마을 유래
지역 형상이 소반같이 넓은 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라 하여 반야(盤野) 혹은 (너래들)로 불린다.  예로부터 반야마을은 삼재(三災)가  들지 않은 땅이라 일컬어져왔다.   들이 넓어 굶어 죽을 염려가 없고, 언제나 깨끗한 물이 흘러 전염병이 생기지 않았으며, 사방이 높은 산들로 둘러쳐 있어 전란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해방전에는 60여 세대가 옥수수, 콩, 감자 등을 재배하며 살았으나 현재는 10여 세대만이 고랭지 채소 등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야마을을 지나 잔차 속도를 좀 빠르게 페달을 돌려본다.   중간중간에 서면서 이것저것 찾고 확인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갓득이나 늦게 출발해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는데 이렇게 자꾸 시간이 뺏겨 오늘 안으로 완주를 할지 걱정이 되어 좀 서둘러 본다


잘 정비된 길


반야마을을 지나 계속 가다 보니 마을이 있는 길이라 그런지 길은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고 잔차를 타고 다니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흐린 하늘 밑에 저 먼 산을 바라보며 심박수를 조금식 올려가며 길을 가다 보니 길은 경사가 약간 있는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평길로 이어지고 다시 오르막기로 접어들기를 반복하며 경사도가 점점 올라가 시작했다.


갈림길 주의


속도를 좀 내어 갈만하면 또 갈림길이 나와 그 자리에 서서 확인을 하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할 때쯤 샘터마을 유래 표시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보고 이 근처 몇 가구가 모여사는 곳이 샘터마을인지  알게 되었다. 그냥 안내판이 없었으면 그냥 마을과 떨어진 외딴곳에 집을 짓고 사는 몇 안 보이는 집인가 싶을 정도로 한적해 보이는 마을 풍경이다


반야 계곡 옆으로 핀 단풍들



샘터마을


샘터마을의 유래
산기슭 작은 웅덩이에서 차가운 물이 사시사철 솟아나고 물맛이 아주 좋아 주민 주민들이 공동우물로 사용하여(샘터)라는 지명이 붙여졌다.   그 샘물은 비가 오거나 가물어도 예나 지금이나 같은 수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였다고 한다.   1968년도 울진, 삼척지구에 침투한 무장공비 중의 일부가 이곳으로 침투하여 모두 소탕하였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낙동정맥 트레일길과 갈라지는 지점 여기서 난 오른쪽으로


포장 길이 끝날 때쯤 낙동정맥 트레일길1구간과 갈라지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난 여기서 갈림길을 확인한 다음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임도 길 접어들어  더디어 본격적인 오지 라이딩을 시작해본다.  처음엔 좀 낯 설어 두리번 거리며 올랐지만 조금식 눈에 적응을 시켜가며 산 능선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순간 멈춘다.  임도 중간에 다정한 노루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엉덩이가 아주 이쁜 노루였다.  만약 앞쪽을 봤으면 고라니 쪽으로 생각을 했겠으나  뒷모습을 보고 난 노루인 것을 알았다.  왜냐 노루 궁둥이 버섯하고 너무나 똑같은 노루 엉덩이를 봤기 때문이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려고 하는데 인기척을 느껴는 지 노루 한 쌍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얼른 임도 옆 능선으로 훌쩍 뛰어올라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   너무 간 만에 보는 야생노루 모습이다.  이것을 보니 내가 정말 청정 오지 지역에 들어온 것을 느낀다.

노루 본 것을 뒤로하고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시원함을 느끼며 경사면이 점점 올라가는 길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굴리며 올라간다.  처음엔 그렇게 땀이 나질 않았지만 본격적인 오르막과의 싸움이 시작되다 보니 등줄기와 귀보 뒤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얼마쯤 올랐을까 중간에 한 번쯤 쉬면 시간이 많이 지체될까 봐 쉬지도 않고 계속 페달을 밟아 정상이 보이는 능선까지 앞만 보고 오르니 어느새 그 끝이 조금식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 고개 마루에 도착해 잔차를 옆에 눕혀놓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배낭 안에서 간식과 과일을 꺼내 먹는다.  얼마쯤 허기진 배를 달래고 다시 출발한다.


첫 번째 고갯마루에서


고갯마루를 지나니 이때까지의 오르막길을 보상하듯이 내리막길이 짜악 펼쳐져 있다.   얼마나 팔이 흔들리면서 내려갔을까  갑자기 삼거리가 나온다.    순간 난감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어 위치를 확인을 해보니 헉~!


아무것도 나와있지 않는 백지상태에서 내 위치만 보인다.   휴대폰이 먹통이다.   GPS만 인식되고 그 밑바탕에 깔린 것은 전혀 나오질 않는다.  대략난감~!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가  내려온 길 다시 더 내려가보자는 생각에 오른쪽 난 길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 2.5km 내려갔을 때 또다시 갈림길이 나와 잠시 서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차량 한 대가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가는 차량을 세워놓고 물어봤다.   울진 소광리로 가려면 어떻게 가는지? 그런데 그 차량 안에 있는 분이 하는 말이 다시 올라가 처음 만난 삼거리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물어보니 임도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내가 있는 위치며 그리고 소광리로 가는 길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난 어떻게 이런 지도를 들고 있나 좀 의아해하면서 차량 옆을 보니 산림청 소속 차량이다.   어쩐지 이렇게 자세히 알려준다고 생각을 했는데 암튼 운이 좋아 산림청 사람들을 만나 더 이상의 알바를 하지 않고 가게 되어 다행히다.   하지만 2.5km 정도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갈 길인데 가야지 하며 다시 힘을 내 힘차게 페달을 굴리며 삼거리까지 다시 올라간다.



삼거리 갈림길 (여기서 밑으로 2.5km 가량 알바를 해 조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음)


힘들게 헉헉~ 거리며 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그 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차량으로 올라온 산림청 사람들이 나를 반기며 힘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그리고 "올라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 길은 안 잊어버리니 걱정하지 말라며  고마운 말을 더 붙여준다.   그 말을 듣고 힘이나  삼거리를 지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땀방울이 흐르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페달을 굴리며 올랐다.  아까 삼거리에서 1.5km 정도 올랐나~!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도 보인다.   이정표를 보니 마음이 한결 노인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간식을 먹고 다시 오른쪽으로 난 길로 울진군 소광리 마을로 향했다. 




임도 풍경(보기에는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사가 있다는 거)



봉화군과 갈라지는 삼거리 오른쪽이 울진 소광리 쪽


좀 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한 500m 정도 가니 다시 갈림길 삼거리가  나왔다.  다행히 이정표가 잘 표시되어 있다.  이정표에는 "불심재"라고 적혀 있고 자세히 보니 예전에 몸담았던 산악회가 이정표를 잘 만들어 놓았다.  "J3클럽 "... 한때 열정적으로 그 산악회에서 장거리 산행 쪽으로 정말 몇 년 동안 열심히 활동했는데.. 쩝 약간의 안 좋은 풍파가 있어 나오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여기서 보니 반갑기는 했다.   예전에 기억은 뒤로하고 자세히 이 능선을 들여다보니 조금식 기억이 떠오른다.   가만 보니 이 능선은 석개재, 삿갓재, 불심재, 이렇게 이어진 낙동정맥 능선이다.  그리고 저 멀리 소광리를 지나 만나는 한나무재 아~! 이제야 아까 반야마을과 샘터마을 지나면서 낙동정맥 트레일 1구간 길이 석개재로 이어진 것이 이해가 된다.  산악잔차에 빠져 장거리 산행을 6년 가까이 안 했더니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그린다.

여기서 봉화와 울진 간 경계지역이 된다.  난 여기서 잠깐 고민을 해본다.   소광리로 돌아 멀리 갈 것인가 아님 우측 전곡리로 짧은 거리를 택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아 소광리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소광리 쪽으로 가야 "금강소나무숲길"을 연계해서 갈 수 있으니까 처음 세운 계획대로 진행하기 하고 왼쪽으로 난 소광리로 가 본다.  여기서 소광리까지 내리막길만 7km 정도 되는데 조금은 긴장되는 것은 왜 일까~! 암튼 조심해서 내려가자



불심재(봉화와 울진 간 경계 능선)


불심재를 뒤로하고 서서히 경사면이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그동안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것이 이것으로 나를 보상해주구나 느낌이 들어 순간 온몸으로 퍼지면서 신나게 소광리 쪽으로 내려갔다.   양쪽 팔이 춤을 추듯이 흔들 거리며 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쭉 내려가본다.   물론 속도는 적당히 잡으면서 내려갔다.  너무 과해서 자빠지면 내만 손해다.   이 좋은 곳에 와서 즐겁게 타야지 암 그렇지~!!



내려가는 길 중간에 만난 젓나무? 구상나무? 암튼 멋지게 쭈~욱 뻗어있다


한참을 팔을 흔들며 얼마쯤 내려갔을까  점점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금강소나무 숲길 3구간 끝에 있는 500년 넘은 못난이 소나무가 길 오른쪽에 멋지게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다시 봐도 멋진 소나무다



금강소나무숲길3구간 마지막에 있는 500년 넘은 못난이 소나무


500년 넘은 못난이 소나무를 지나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길은 다시 포장이 잘되어 있어 잔차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 나에게 이제 팔 흔들림을 많이 줄여줘 다행히다.   T131 캠프를 지나고 몇몇 집을 지나면  현대식으로 잘 꾸며진 건물이 나오는데  "국립 소광리 산림 생태관리 센터 적혀 있는데 정확히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금강소나무와 이 근처 생태관리를 관리하는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암튼 생태 관리소를 지나 포장이 잘 된길로 계속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진행한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쪽으로 갈리는 길은 있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내가 찾는 곳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국립 소광리 산림 생태관리 센터




후곡천계곡( 단풍이 이쁘게 물들어있다.)




금강소나무숲길3구간 갈림길(여기서 오른쪽 산길로 가야 소광2리 마을로 가는길)



후곡천계곡의 단풍



소광리마을 지나 소광2리로 가는 갈림길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7km정도의 거리는 금방 사라지고 이제 다시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다시 도로가 조금식 오르막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포장이 되어있어 조금 덜 힘들다는 것뿐 힘들기는 똑같다는 거 하지만 이런 재미도 있어야 기억에 남지 않겠어~! ^^


소광 2리 마을로 가는 길에 만난 단풍





갈림길을 지나 약간의 경사면이 있는 길을 다시 열심히 페달을 굴려 가다 보니 소광 2리 마을 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이제 금강소나무숲길3구간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마을이 꽤 부쩍 거리고 있었다.   나도 이제 허기가 지는지 속을 채우려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 밥을 주문을 하니 지금은 밥이 안된다고 한다. 



제일 빨리 되는 걸로 시킨 파찌짐과 두부(정말 맛나게 먹었다.)



헉~ 이럴 수가 왜 안되냐고 물으니 지금 금강소나무길 마친 사람들이 오는 시간이라 예약된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단다.  이런 이런 이럴 수가 " 아지매요 저 진짜 배고픈데요.  어찌 안 되는교?" 아지매왈~ 정 그러면 한 30분만 기다려 보란다.  아이고 아지매 지금 당장 배고픈데 30분을 기다리라고요.  난 그리는 못합니더~  그라믄 지금 당장 되는 것이 뭐가 있는교? 물으니 두부, 파찌짐, 감자찌짐, 막걸리 이렇게 된다고 한다.  난 할 수 없이 밥은 포기하고 두부와 파찌짐을 시켰다.  다행히 이것은 금방 나왔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했다. 

두부와 파찌짐 두 개 시켰는데 10,000원 다른데 가면은 보통 한 메뉴에 만 원하는데 여기는 반값이다.   파찌짐과 두부를 허겁지겁 먹고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민박을 구했어 자고 나머지 구간은  내일 할까 "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 민박이 있는지 이집 저 집 기웃 거리며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체 손님들이 예약이 되어 있어 민박이 안된다고 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30여 km 정도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 3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난 여기서 이렇게 했어는 안되겠다 싶어 소화도 시킬 겸 했어 그대로 진행을 하기로 한다.  소광 2리 마을을 뒤로하고 한나무재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가본다.



소광2리 마을을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갈림길(여기서 왼쪽으로)



먹은 게 별로 없어 그런지 오전처럼 그렇게 힘이 나질 않는다.  겨우 페달 굴릴 힘만으로 한나무재로 향했다.   한나무재까지 4km 정도 오르막길인데.. 마지막 1km 정도 남겨놓고 임도길이 막혀 있다.  순간 멈 짓 했으나 작은 길이 눈에 보이길래 그 길로 잔차를 둘러메고 갔다.  한 50여 미터 정도 걸어가니 다행히 다시 임도길이 나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임도길을 막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처럼 처음 길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경우인 것 같다.   잔차를 다시 타고 한나무재까지 1km 정도 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왜 이리 힘든지 이제 서서히 체력이 고갈되는지 점점 힘이 빠지는 것 같다.   한나무재 고갯마루에 도착해 잔차를 옆으로 눕히고 나도 덩달아 앉아 쉬면서 올라오면서 헐덕이는 숨을 진정시켰다.  생각보다 힘든 길이다.   에휴~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다시 잔차에 몸을 실어 올라온 만큼 보상이라도 하듯이 1.7km 정도 길게 뻗은 내리막길로 좀 전에 힘든 땀 냄새를 씻어 내며 내리 달려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금방 도착한 넓재.   넓재는 넓은 분지 형태 되어있다.  진행 방향은 내려가면서 오른쪽에 있는 외딴집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야 한다.   넓재 여기서는 울진 구간 낙동정맥 트레일 울진 2코스 봉황의 터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정표 안내판에 적힌 것을 보니 여기서 진조산을 지나 마을 길을 통해 36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까지가 2코스인 모양이다.  다음에 시간을  만들어 봉화, 울진을 다시 찾아야겠다.  이렇게 갈 길이 많은데 그동안 난 뭘 했는지.... 이제 동기가 생겼으니 힘내고 오늘 갈 길을 가자



넓재의 풍경



넓재에서 오른쪽으로 300미터 정도 내려가면 또 다른 이정표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왼쪽으로 가야 전곡리 마을과 양원역으로 가는 길이다.  다행히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도 이제는 힘이 없어 그런지 그렇게 신나게 내려가는 것 같지도 않다.  단지 나의 힘을 좀 아껴주는 시간 벌어줄 뿐... 더 이상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넓재에서 전곡리 굴포천계곡까지는 3.5km 정도의 긴 내리막길이다.  임도 사정은 계곡에 가까울수록 아주 양호한 편은 아니고 지나다닐 정도의 수준이다.  



넓재에서 내려와 만나는 삼거리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 양원역으로 가는길)


전곡 마을로 내려오니 주위는 온통 배추밭이다.  마을 사람들은 배추를 뽑아 화물차에다 옮기느라 바쁜 모습이다.   나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길을 물어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양원역 쪽으로 향했다.   전곡 마을 길을 지나 앞을 보니 한숨이 길게 내뱉어진다.   휴~ 또  오르막길이다.   그것도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 아~ 힘들다.  막판에 힘이 없는데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다니 휴~ 한숨은 나오지만 그대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내 처지가 아닌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갈 길은 멀기 때문에 어쨌든 조금 덜 쉬고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이 싫다.  괜히 소광 2리에서 숙박 집 잡는다고 이리저리 1시간 가까이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진다.  하지만 이미 지난 시간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올라가 본다.  역시 힘이 든다.  이제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열심히 언덕길을 올라가 본다.   이제 이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은 더 이상 오르막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올라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 헛바퀴 돌 일은 없다는 게 다행히다. 



힘들게 올라온 고갯길(여기가 금강소나 숲길 2구간 출발지)


그렇게 땅만 보고 페달을 열심히 굴려 고개를 올려보니 고갯마루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고갯마루 정상에 도착해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다리 허벅지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순간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근육을 진정시켰다.   정말 힘들게 올라왔다.  다음에는 이런 원정 장거리 라이딩을 할 때는 미리 운동을 열심히 해놓아야겠다.  무작정 무식하게 출발해서 이 고생을 하지 말고... 몸이 좀 진정기미가 보이자 다시 출발을 했다.   고갯마루에서 한 250미터 정도 내려가면은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야 양원역으로 가는 방향이다.



금강소나무 숲길 2구간 출발점에서 250미터 내려온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갈림길에서 양원역까지는 3km 정도 되는 내리막길이다.  다행히 도로는 다 포장이 되어있어 잔차를 오래간만에 안정적으로 운전하며 내려갔다.  그런데 한참을 내려가는데.. 도로 중간에 뭔가가 보인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니 헉~ "산양"이다.  엄청 큰 산양이다. 몸통이 검은 것이 참으로 큰놈이다.  순간 놀라 잔차를 세워 한참을 봤다.  물론 카메라를 꺼내어 찍을 시간은 없어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바라보기를 잠깐 멈칫하더니 산양이 이내 왼쪽 산비탈로 껑충껑충 뛰면서 올라간다.  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면서 참 우리나라 산에 참으로 보기 힘든 동물 2종류를 난 본 것이다.  아침에 정다운 노루 한 쌍과 그리고 저녁이 다 되어 산양 한 마리.. 역시 여기가 오지는 확실한 것 같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이니 이런 동물들이 내 눈에도 뛰고 말이다.  산양이 올라간 비탈길을 지나면서  그대로 양원역까지 내려갔다.   전곡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 오른쪽 컨테이너 박스 안쪽으로 들어가니 양원역이 눈에 들어온다.   양원에 잔차를 세워놓고 시계를 보니 저녁 6시가 넘었다.   이 양원역 근처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민박집은 보이지도 않고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조금이라도 시야가 밝을 때 움직이기로 하고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가기로 하고 그대로 낙동강 옆으로 난 길로 진행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역 양원역


6시 20분 정도 지나니 정말 어두워 전혀 앞이 보이질 않는다.  또 이때부터 나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차에 두고 온 랜턴이 그렇게 생각이 났다.  후회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재 랜턴이 없는데.. 어둠은 점점 깊어져 이제 불빛이 없이는 앞을 분간할 수가 없어  휴대폰 조명을 켠 다음 오른손에 휴대폰을 잡고 앞을 비추며 잔차를 끌고 앞으로 계속 갔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5.6km 정도 넉넉잡고 1시간 30분 정도 그래 열심히 가다 보면 도착하겠지 생각을 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자빠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암튼 자전거와 나의 두다리는 때아닌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강 옆으로 난 자갈길을 걷고 있을 때 옆에서 물소리가 계속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흑~ 이런 오싹한 느낌 이러다 정말 물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 안돼 정신 챙기자 혼자 그렇게 다짐을 하며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길은 눈앞에 조금 어렴풋이 보이고 그 길을 더듬으며 조금식 앞으로 나아갔다.   높은 나무데크 계단이 나왔다.   위쪽데크 계단에는 더 이상 진행을 못하게 테이프 끈으로 막아 놓고 오른쪽으로 길을 열어놓았는데 그 데크 계단을 오르는데.. 또다시 왼쪽 허벅지 근육이 아주 심하게 요동을 치더니 이제 오른쪽까지 같이 쌍으로 요동을 치길래  좀 전의 어둠의 공포보다는 허벅지 근육 경련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데크 난간을 붙잡고 한참을 엎드려 가픈 숨을 몰아쉬면서 다리 근육을 천천히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 몸속에 수분도 충분히 보충하니 이제는 많이 풀린 것 같아 계속 진행을 했다.   이 어두운 밤 낙동강 상류에서 나 혼자 이 강 옆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웃음이 난다.  남들이 생각하면 뭐라 할까 정말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랜만에 혼자 걷는 느낌을 얻어 본다.   예전 장거리 산행에 빠져 있을 때 70km 넘는 산행 길을 혼자 많이도 걸었다. 

산속에서 쪽잠을 자면서 계속 산행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때 그 기분으로 승부역까지 가니 아까의 무서움은 사라지고 그냥 혼자 천천히 즐기면서 가니 처음처럼 넘어지고 까이고 까지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새 그렇게 걷다 보니 조그마한 다리가 나오고 그것을 건너니 승부역 이정표가 나온다.   저 멀리 승부역 불빛도 함께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더디어 승부역 도착~! 중간중간에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승부역 도착을 하니 이제 안심이 놓인다.


승부역 도착하기 전 이정표


승부역 도착했어 찍은 모습


승부역에서 잠시 쉬면서 근처 민박집을 찾아 전화를 해본다.  다행히 민박이 가능하다고 하여 민박집으로 찾아 나섰다.  민박집은 승부역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으며 민박집에 도착을 하니 주인 내외분들은 어디서 이 밤중까지 자전거를 탔냐며 놀라운 표정이다.  주인 내외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난 먼저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은 정말 꿀잠을 잤는지 아침 7시 정도에 눈이 떴다.   그런데  밖에 날씨 상황이 안 좋다.  비가 좀 많이 내린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침을 먹자고 한다.  이내 고민을 접고 아침밥부터 먹었다.   밥은 시골밥상의  특유의 손맛이 담긴 반찬들이 즐비하게 나와 있었다.    난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염치 불고하고 한 공기를 더 얻어먹었다.  배가 좀 부르자 비를 그치기를 기다리면 언제 그칠지 몰라 비를 맞고 그대로 석포역까지 진행하기로 결심을 한다.   민박집 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어젯밤에 제대로 못 본 승부역을 다시 보기 위해 승부역으로 갔다가 석포역으로 다시 출발했다



비오는 아침 승부역의 풍경





08시20분에 오는 기차



승부역 앞에는 있는 구름다리와 낙동정맥 트레일 코스 안내판



승부역에서 바라본 배바위 고개쪽



승부역 주위 풍경





하루를 고맙게 묵은 민박집과 고려엉겅퀴



민박집 위로 난 길로 오르다 만난 첫 갈림길 여기서 오른쪽으로 이정표는 잘 되어있다.


승부역에서 석포역까지의 길은 아스팔트 포장길과 콘크리트길로 잘 포장이 되어 그리 힘들지 않은 길이다.  간혹 오르막길도 나오지만 어제와 비교하면 그냥 지나가는 수준이다.   이렇게 얼마 만에 비를 맞고 찬차를 타보는 것이가~!  처음 잔차를 입문할 때는 여기에 빠져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고 게을러 지니 점차 잔차 타는 횟수도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빗줄기는 굵어졌다가 약해졌다 반복을 하며 나를 방해를 하지만.. 승부역에서 석포역까지는 12k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10km 넘게 탔을 즘 되어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공장지대가 나오는 것을 보니 영풍 제련소다.  영풍 제련소를 지나 조금만 더 가니 오늘의 목적지 석포역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배낭과 잔차를 정리했어 차량캐리어에 정리를 한 다음 석포역 화장실로 갔어 젖은 옷부터 갈아입었다.  갈아입고 나와 비 오는 석포역 주위 풍경이 왜 이리 아름다운지  ^^  길고 힘든 오지라이딩을 끝내고 나니 또 하나를 했다는 성취감에 혼자만의 행복감을 느껴본다.  다음에는 낙동 트레일 길을 도전해봐야겠다.




석포역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느라 고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움 되셨으면 손도장 꾹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GPS첨부파일로 밑에 첨부해 드립니다.  혹시 필요하신분들은 받아 가세요




석포역에서 대현리로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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