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나의 수다게시판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장꼬방/강성덕 2007. 11. 13. 10:48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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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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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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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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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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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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